전세 뺄 때 세입자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나요?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중순, 이사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새 집으로 갈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한 고민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집주인과의 ‘원상복구 분쟁’ 때문이죠.

“벽지에 못 자국이 있는데 도배 다 해놓고 나가라고 하면 어쩌지?”
“장판이 조금 찍혔는데 보증금에서 깐다는데 맞나요?”

이삿날 짐 싸기도 바쁜데 이런 걸로 얼굴 붉히면 정말 스트레스 받죠. 집주인은 “새것처럼 해놓으라”고 하고, 세입자는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고 맞서기 일쑤입니다.

오늘은 세입자가 이사 나갈 때, 도대체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고 어디까지는 괜찮은지, 법적 기준과 판례를 바탕으로 아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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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 무조건 새것처럼? 아닙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것이 ‘원상복구 의무(민법 제615조)’입니다. 이는 “들어올 때와 똑같이 완벽한 새집 상태로 만들어라”라는 뜻이 아닙니다.

핵심은 ‘통상의 손모(Natural Wear and Tear)’를 인정하느냐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벽지가 바래고, 장판이 눌리는 건 당연한 이치죠? 법원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낡음(마모)에 대해서는 세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 물어줘야 하고, 어떤 건 안 해도 될까요?

1. 벽지(도배)와 바닥(장판)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입니다.

✅ 안 물어줘도 되는 경우 (집주인 부담)

  • 햇빛에 의한 변색: 가구를 치웠더니 그 뒤만 하얗고 나머지는 누렇게 떴다? 세월의 흐름이므로 세입자 책임이 아닙니다.
  • 미세한 흠집과 찍힘: 생활하면서 생기는 잔스크래치나 장판 눌림 자국은 ‘통상의 손모’로 봅니다.
  • 자연 노후화: 10년 된 벽지가 찢어졌다면, 그건 벽지 수명이 다한 것이지 세입자 탓이 아닙니다.

❌ 물어줘야 하는 경우 (세입자 부담)

  • 낙서 및 오염: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낙서를 했거나, 김치 국물을 쏟아 얼룩이 안 지워지는 경우.
  • 반려동물 테러: 강아지나 고양이가 벽지를 긁어놓거나 문틀을 물어뜯은 경우. (이건 빼도 박도 못합니다.)
  • 심한 파손: 이사하다가 가구로 찍어서 장판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뚫린 경우.

💡 꿀팁: 만약 물어줘야 한다면 ‘감가상각’을 주장하세요. 도배한 지 6년이 지난 벽지라면 잔존 가치가 거의 0원이므로, 전체 비용을 다 내줄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관리공단 기준 도배/장판 내구연한은 보통 6년~10년입니다.)

2. 벽의 못 자국: “몇 개까지 봐주나요?”

이것도 참 애매하죠? 기준을 정해 드립니다.

✅ 괜찮아요 (Living Hole)

  • 시계, 달력 등을 걸기 위해 박은 소량의 작은 못 자국은 생활에 필수적인 행위로 보아 복구 의무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주된 해석입니다.

❌ 안 돼요 (Damage)

  • 대형 구멍: 에어컨 설치나 벽걸이 TV 설치를 위해 뚫은 타공 구멍은 반드시 원상복구(메움 시공) 해야 합니다.
  • 과도한 못질: 벽 한 면에 못을 수십 개 박아서 ‘고슴도치’를 만들어 놨다면 도배 비용을 물어줘야 합니다.

3. 곰팡이와 결로: 누구 탓일까?

겨울철 이사 때 가장 큰 복병입니다.

  • 집주인 책임: 외벽에 단열이 안 돼서 생기는 결로, 윗집 누수로 인한 곰팡이, 샷시 노후로 인한 물 고임 등 ‘구조적 문제’라면 집주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 세입자 책임: 환기를 전혀 안 시키고 가습기를 팡팡 틀어서 생긴 곰팡이, 가구를 벽에 너무 딱 붙여서 통풍이 안 돼 생긴 곰팡이라면 세입자가 ‘선관주의 의무(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청소비나 도배비를 물어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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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소한 소모품: 전구, 배터리 등

“형광등 나갔는데 갈아놓고 가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LED 등기구 자체가 고장 난 게 아니라면, 전구, 도어락 건전지, 수도꼭지 샤워헤드 등 소모품 교체 비용은 거주하고 있는 사람(세입자)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보일러 고장이나 배관 누수처럼 큰돈이 들고 집의 가치를 보전하는 수리는 당연히 집주인의 몫입니다. (단, 겨울철 동파는 세입자의 관리 소홀 책임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기록’입니다.

  1. 입주 전 사진 촬영: 이사 들어가는 날, 방 구석구석, 벽지, 바닥 상태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꼼꼼히 찍어서 집주인에게 미리 보내놓으세요. (가장 확실한 증거!)
  2. 원만한 합의: 파손한 게 확실하다면, 숨기지 말고 “이 부분은 제가 보수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부분 도배나 보수 비용(실비) 선에서 협의하는 게 좋습니다.

12월의 이사는 날씨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춥습니다. 하지만 오늘 알려드린 기준을 잘 알고 계신다면, 부당하게 보증금을 떼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서로 웃으면서 “잘 살다 갑니다”, “고생했습니다” 인사하고 헤어지는 아름다운 이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 뺄 때 벽지의 일반적인 마모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일상적인 마모는 보증금에서 일부 차감되기는 하지만, 심각한 손상이 아닌 경우 보통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러나 구체적인 조건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전세방을 빼기 전에 협상해야 할 점은 뭐가 있나요?

주요 사항으로는 벽지 손상에 대한 처리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해요. 손상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분담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전세를 뺄 때 대표적인 까다로운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벽지 손상에 대한 해석 차이예요. 세입자와 집주인이 각자 다르게 손상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명확하게 서로의 책임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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