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나 역전세난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 날짜만 다가오고 있다면, 심장이 타들어 가는 기분일 겁니다. 하지만 당황해서 짐부터 뺐다가는 법이 보장하는 소중한 대항력을 순식간에 잃게 됩니다. 내 돈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 임차권등기명령에 대해 짚어드릴게요.

1. 짐 빼면 끝장? 이사 전 ‘등기’가 생명인 이유
대한민국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점유’와 ‘전입신고’입니다. 이 두 가지가 유지되어야 대항력이 생기는데,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이사를 가버리면 법적으로 “나는 이 집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신호가 됩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차인이 대항력을 상실한 후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 변제 순위가 뒤로 밀려 한 푼도 못 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 ‘박제’해두는 장치입니다. 즉, 몸은 떠나도 법적 권리는 그 집에 남겨두는 것이죠.
2. 서류 절차
법무사를 통하면 30~5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하면 실비만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 필수 서류: 확정일자가 찍힌 임대차계약서, 주민등록등본(초본), 부동산 등기부등본, 그리고 계약 해지 의사가 담긴 증거(문자, 카톡, 내용증명 등)가 필요합니다.
- 독특한 노하우: 많은 분이 놓치는 것이 ‘내용증명’입니다. 만기 2~6개월 전까지 해지 통보를 했다는 기록이 없으면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되어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카톡 대화라면 반드시 상대방이 읽었다는 숫자 ‘1’이 사라진 화면을 캡처해두세요.

3. 등기 완료 확인 전까지는 ‘바늘 하나’라도 남겨두기
가장 위험한 착각은 “신청서를 접수했으니 이제 이사 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신청이 수리되고 실제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것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접수 후 결정까지 1~2주, 등기부 기재까지 추가로 1주 정도 소요됩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신청 건수의 약 10% 내외가 서류 미비로 보정 명령을 받는데, 이 기간을 계산하지 못해 대항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화분 하나, 이불 한 채라도 집 안에 남겨두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안전합니다.
4. 신청 비용,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
임차권등기명령에 들어간 인지대, 송달료, 취득세 등 제반 비용은 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전액 집주인에게 청구 가능합니다.
신청서 작성 시 ‘비용부담’ 항목에 이를 명시하세요. 또한, 보증금 반환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지연이자(연 5%~12%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요약
- 계약 종료 확인: 만기 전 해지 통보를 명확히 했는지 증거 확인.
- 전자소송 접수: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 제출.
- 등기부 확인: 등기부등본 ‘을구’에 본인의 이름이 올라간 것을 확인 후 퇴거.
- 비용 청구: 발생한 모든 비용을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으로 청구.